부여군과 문화재청이 함께 추진 중인 부여 부소산성 군창지 주변 시·발굴조사에서 백제 사비기 대형 와적기단 건물지 두 동이 확인됐다.
와적기단(瓦積基壇)은 기와를 쌓아 만든 기단을 말한다. 이 건물지가 군대에서 사용할 식량을 비축했던 창고 터에서 발견된 것이다.
부여 부소산성은 백제 사비도성 북쪽 중앙부에 자리한 산성이다. 사비도읍기 왕성, 후원(後苑), 배후산성 등의 역할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81년부터 2002년까지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선 백제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성벽과 성내 시설물(주거지, 저장구덩이, 우물지 등)이 확인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이번 조사는 향후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부소산성 성내 평탄지 핵심 건물군을 확인하기 위한 사전조사로 추진됐다. 부소산성 남동쪽 군창지부터 남서쪽 반월루 주변까지 평탄지 전체 지역에 대한 조사 계획을 수립한다는 취지였다.
조사 결과 부소산성에서 가장 넓은 평탄지가 존재하는 군창지 동남쪽에서 대형 와적기단 건물지 두 동이 확인됐다. 와적기단 건물지는 백제의 대표 사찰 유적인 정림사지, 왕흥사지, 군수리사지 등에서 주로 확인된다. 사비기 후기 왕궁지로 거론되는 부여 관북리 유적, 익산 왕궁리 유적 등 백제 왕도 핵심유적에서 주로 확인된 건물지 형태다.
특히 와적기단 건물지는 동서 길이가 각각 16m 이상인 북쪽 건물과 14m 이상인 남쪽 건물지 두 동이 평행하게 배치된 양상을 보인다. 최대 20단 가까이 남아있는 기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와적기단 건물지 기단이 평균 5~6단 남아있는 것과 견줘 수평으로 쌓은 와적기단 중 가장 잘 보존된 형태라 할 만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부소산성 군창지 일대는 1993년 조사에서 ‘대당(大唐)’명 와당, 중국제 자기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된 바 있다. 이번 조사로 대형 와적기단건물지가 일정 배치를 보이는 점, 와적기단을 다른 재료를 거의 섞지 않고 정선된 기와로 축조한 점 등이 밝혀지면서 백제 건물 모습을 추론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선 건물지 전체 모습과 규모가 자세하게 확인되진 않았다.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 10% 내외 범위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시굴조사의 특성 때문이다. 향후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건물지의 배치나 전체 규모, 구조 등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여군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과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부소산성을 비롯한 백제왕도 핵심유적에 대한 조사·연구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도출되는 성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